암호화폐에는 은행이 없어요. 그래서 비밀번호를 잊어도 재발급받을 곳이 없죠. 전화 한 통으로 해결이 안 돼요. 코인 주인임을 증명하는 건 오직 개인키(private key) 하나예요. 이걸 잃으면 그 코인은 못 꺼내요. 블록체인 위에 분명히 있는데도요. 눈앞에 금고는 보이는데 열쇠만 사라진 상황이라고 보면 돼요. 이 냉정한 규칙 때문에 벌어진 유명한 사연이 있어요.
매립지를 파헤치려는 남자, 제임스 하웰스
영국의 IT 엔지니어 제임스 하웰스(James Howells) 얘기예요. 그는 비트코인 초창기에 꽤 많이 채굴했다고 알려져 있어요. 그걸 하드디스크에 보관해 뒀고요. 근데 여러 해 뒤 대청소를 하다 그 하드디스크를 실수로 버렸어요. 그게 지역 쓰레기 매립지 어딘가에 묻혀 버렸죠. 문제는 그 안의 비트코인 가치예요. 시간이 지나면서 어마어마하게 불어났거든요.
하웰스는 그 뒤로 수년째 요청해 왔다고 해요. 매립지를 파헤치게 해 달라고요. 굴착 계획이랑 비용 부담까지 제시했죠. 근데 허가를 못 받았어요. 환경 문제랑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었죠. 매립지 전체를 파도 문제예요. 십수 년 전 묻힌 작은 하드디스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. 찾아도 데이터가 멀쩡할지 아무도 장담 못 하죠. 지금도 그의 코인은 쓰레기 더미 아래 잠들어 있는 셈이에요.
비밀번호를 두 번 남긴 남자, 스테판 토마스
또 다른 유명한 사례는 프로그래머 스테판 토마스(Stefan Thomas)예요. 그는 비트코인을 꽤 담은 디지털 지갑을 갖고 있었어요. 암호화된 파일 형태로요. 근데 그 파일을 풀 비밀번호를 적어 둔 종이를 잃어버렸다고 하더라고요.
문제를 더 잔인하게 만든 게 있어요. 이 파일 방식이었죠. 비밀번호를 일정 횟수 이상 틀리면 파일이 스스로 내용을 영구히 잠가 버리거든요. 토마스는 기억나는 후보를 하나씩 넣어 봤어요. 근데 대부분 실패했죠. 결국 시도 기회가 얼마 안 남은 상태로 몰렸어요. 남은 몇 번을 앞에 두고 함부로 시도도 못 하는,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죠. 이 이야기는 개인키 관리의 냉혹함을 보여 주는 일화로 자주 인용돼요.